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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올바른 성 인식·꿈의 배움터 가꾸기 ‘두 손 번쩍’

양평 양수중학교- 학바사·페뮤토·청기백기 동아리 3곳 탐방

2019년 05월 10일(금) 제14면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내가 생활하는 학교 시설과 부족하기만 한 청소년 문화, 이제는 우리가 직접 바꿀래요."

 답답했던 미세먼지가 걷히고 푸르른 기운이 가득했던 화창한 어느 봄날, 양평 양수중학교의 한 교실에서 마주 앉은 20여 명의 학생들의 눈빛은 교실 안을 비추던 봄 햇살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양평교육지원청의 특색사업인 ‘체인지메이커’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기획·개설한 학생자율동아리 ‘학바사’와 ‘페뮤토’ 및 ‘청기백기’에서 활동 중인 학생들이다.

 이들이 운영 중인 학생자율동아리의 시작인 ‘체인지메이커’ 활동은 ▶도전하는 미래, 행동하는 실천가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등을 모토로 학생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변화의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활동이다.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의 아이디어를 교사의 수업 재구성을 통해 활동하는 ‘교과형 체인지메이커’와 동아리 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이뤄진 ‘동아리형 체인지메이커’ 및 학생자치회를 통해 학교 및 지역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학생자치회 중심형 체인지메이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양수중의 3개 동아리는 ‘동아리형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학교동아리 활동이 학교와 지역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들여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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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바사’ 학생들이 낙후된 학교 외관 정비를 위해 급식실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열악한 학교 환경을 바꾸고 있는 ‘학바사’

 지난 2017년 당시 1학년이었던 이지희(3학년)학생과 김유나(3학년)학생 등 16명의 학생은 교내·외부의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학교를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동아리 ‘학바사’를 개설했다.

 적은 학생수로 인해 병설유치원부터 양수초등학교와 양수중학교까지 한 공간 안에서 운영되는 통합학교인 학교의 특성상 대부분의 동급생들은 이미 초등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었고, 6년이 넘는 기간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열악한 학교 시설에 대한 불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상태였다.

 이지희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느끼는 수많은 불편 사항에 대해 학교 측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우리의 손으로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동아리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 시도한 일은 ‘탈의실’ 설치였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한 교실을 같이 사용하는 환경임에도 불구, 탈의실이 마련되지 않아 체육시간마다 남·녀 학생 간 마찰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먼저 창고로 활용되고 있던 공간을 직접 청소하고 페인트칠을 해 탈의실을 설치했으며, 학교 측에 부족한 탈의실 공간의 확충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학교 건물 각 층에 남·녀 탈의실 각 한 곳씩이 추가로 설치된 뒤에는 직접 탈의실 이용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다른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자 이들은 재학생들을 상대로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가장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낙후된 학교 외관 정비’를 위해 직접 학교 외벽 등지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벽화를 그렸다. 또 ‘통학로 안전 강화 활동’과 ‘미세먼지 극복 프로젝트’ 및 ‘급식실 질서지도 캠페인’ 등도 펼쳤다.

 김유나 학생은 "전교생의 의견을 취합한 뒤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많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을 우리의 손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인 만큼 재미와 보람이 크다"며 "우리가 직접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생각을 갖게되는 것 같아 동아리 활동이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학바사 활동을 시작한 1학년 학생의 대부분도 이미 초등학교에서 직접 ‘학교 마스코트’를 제작하거나 ‘양평의 노래’를 만드는 등 학교와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활동한 경험이 있었다.

 박정훈(1학년) 학생은 "입학 후 9개에 달하는 학교동아리 중 학바사 활동을 선택한 것은 직접 학교를 바꿀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렸기 때문"이라며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선후배가 함께 고민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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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뮤토’ 학생들이 여학생 복지 및 생리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설치한 생리대자판기.
#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페뮤토’

 ‘페뮤토(페미니즘과 변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단어 뮤토의 합성어)’는 ‘학바사’에서 활동했던 남하영(3학년)과 박수빈(3학년), 윤지원(3학년), 이지현(2학년)학생 등이 성(性)에 대한 학생들의 언행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만든 동아리다.

 이지현 학생은 "평소 SNS 활동을 많이 했었는데 유튜브 등에 여성혐오에 대한 발언과 성 차별적인 언행 등이 아무렇지 않게 게시돼 있는 모습을 보고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 친구들 중에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 같은 행동이나 말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성 인식을 개선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남하영 학생도 "중학생이 돼 보니 초등학생 때와 달리 성차별적인 언행이 만연돼 있었고, 심지어 선생님들조차 ‘여자가…’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 인식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동아리가 개설된 뒤 페뮤토 학생들은 ‘생리대 자판기 설치’를 시작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성차별적 언행 근절 캠페인 ▶여성의 날 피켓 설치 ▶성 인식 개선을 위한 손바닥 그리기 캠페인 등을 펼쳤다.

 올해에는 ‘임산부 배려석 인식 개선 캠페인’과 ‘페미니즘 영화 상영’ 및 ‘학교축제 부스 운영’ 등 학교 내 성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윤지원 학생은 "페뮤토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평등"이라며 "모든 성이 남과 여로만 구분되지 않는 만큼, 어린 학생들부터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젠더감수성’을 갖고 성에 대한 혐오를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 청소년 문화공간을 만들어 낸 ‘청기백기’

 지난해 청소년 쉼터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개설된 ‘청기백기’는 ‘청소년이 직접 하얀 마음으로 기획하고, 백년동안 기억하자’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학바사’와 ‘페뮤토’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활동 중이다.

 남하영 학생은 "양평군 안에서도 양수중이 위치한 양서면 지역에는 청소년 쉼터 등 청소년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학교는 오후 6시면 문을 닫고, 그나마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북카페 등은 고등학생과 어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순수하게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동아리 개설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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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청소년 문화공간 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청기백기’ 학생들이 직접 마을 축제를 기획하며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특히 이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학생들끼리만 얘기하며 불만을 갖기 보다 어른들에게도 알려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다.

 남 양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양수면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야 우리가 느끼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지역 축제장 등을 찾아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2차례에 걸친 설명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며 아동·청소년 문화시설의 필요성을 적극 호소했다. 또 양평교육지원청을 찾거나 군수와 면장를 만나 학생들의 요구를 직접 전달했다.

 지난 2월에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직접 마을 축제를 기획·운영하며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홍보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양평군에서 청소년 문화공간을 확보해 냈다. 현재 신청사로 이전을 준비 중인 ‘양서면주민자치센터’의 일부 공간을 지역 청소년들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남 양은 "지역사회의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결국 그 믿음대로 결과를 얻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들 3개 동아리에서 모든 활동을 하고 있는 박수빈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다양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며 "다만, 동아리 인원이 5명 미만이면 개설조차 할 수 없거나 지원되는 예산이 부족해 원하는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점 등에 대해서는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양평 양수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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