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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별별 꿈이 모여 헌 집 위에 ‘새살’ 돋는다

효성마을 구성원 설득과 이해로 도시재생 사업 착착 진행

2019년 05월 13일(월) 제3면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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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마을 내 40년 넘은 노후 빌라. LH는 이곳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한다. 이승훈 기자
인천수출산업공단(부평공단)은 197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1969년 경기 불황 속에서도 부평공단은 수출목표 500만 달러를 넘어선 703만 달러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그 조짐을 보였다.

 이듬해 부평공단 47개 기업 중 20개 업체만 가동했을 뿐인데 4만6천여 명의 노동자가 고용됐다. 수출목표액도 2천356만 달러를 달성해 3배 이상 늘어났다. 그해 인천 전체 수출실적 5천960만 달러의 약 40%를 차지하는 수치였다. 다음 해에는 수출목표액 3천만 달러를 넘어선다는 낙관적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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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북구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대부분의 젊은 청년들은 공장에 취직했고, 초가집이던 농가는 1∼2층 연립빌라 형태로 변해 갔다. 당시 효성동도 부평공단 종사자들의 주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이전 농로(農路)는 단독주택과 쪽방촌, 빌라 등 구역을 나누는 경계선이 됐다.

 그 중 효성마을(169-12 일원, 11만3천52㎡)은 1천여 명에도 못 미쳤던 주민 수가 1만여 명에 육박할 정도가 됐다. 옛 지명 효성동(曉星洞)의 ‘새별’이 가장 빛나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반짝이던 효성동의 빛은 멈췄다. 1995년 인천 북구에서 분구된 계양구 효성동에 들어선 기업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며 쇠퇴하기 시작한다.

 당시 부평공단은 한국수출산업공단으로 통합까지 된다. 일부 제조 공장들은 인천 서부공단 등 새로운 산업단지로 옮겨 갔고, 지방으로 이전해 갔다. 설상가상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대기업도 쓰러지는 상황을 맞았다. 대부분 수출기업이었던 부평공단 역시 줄줄이 몰락하는 기업들에 손 쓸 방법은 없었다. 업주는 만세를 불렀고,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효성동에 거주하던 공단 종사자 대부분이 짐을 싸고 떠났다. 번화가였던 효성사거리 주변 상가도 자연스레 축소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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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공단은 인천 북구지역에서 분구 이후 부평구에 속했다. 아직 청천동이나 갈산동 등지에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거나 새로운 기업들이 들어와 공단의 면모는 유지하고 있다. 반면 쇠퇴의 길로 접어든 효성동은 지금까지 왔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온 풍산금속도 3년 안에 강화산단 등지로 이전한다. 1천300여 명의 종사자들은 현재 200여 명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전하는 터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효성마을 인구수는 3천여 명으로, 번성하던 1990년대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더욱이 40여 년 이상 노후된 연립빌라, 쪽방촌은 번화했던 주거단지였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20년이 넘은 노후 건물만 64%에 달한다. 폐허에 가까운 지금의 효성마을에 홀몸노인 비중은 17%를 차지하며, 비경제활동 인구도 30%에 육박한 상태다.

 이런 효성마을이 지난해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바로 마을을 바꾸는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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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효성동 주변의 공장 부지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다. 효성마을은 지난해 3월 인천시 사업인 ‘애인동네 희망지 사업’에 선정됐다가 다음 달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마을을 모두 부수고 모두 새로 짓는 재개발이 아니다. 논밭의 샛길이 골목길로 변신했듯이 기존에 있던 마을 시설 등 인프라를 재생하는 사업이다. 새마을운동이 활개했던 효성마을 새마을회관이 지금 마을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듯이 말이다. 효성마을 주민들은 단지 방치됐던 효성마을에 생기가 돌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효성마을 도시재생사업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약 4년 동안 189억 원(국비·시비) 등이 투입돼 시작된다.

 서쪽 하늘 아래 반짝이게 될 효성마을엔 마을도서관과 취약계층 지원센터 등 복합커뮤니티센터가 들어선다. 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편의시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공원도 조성된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 가능한 주차장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처음으로 생긴다. 이웃 간 경계선 역할을 해 오던 담벼락은 허물어지고 마을을 감싸던 담장엔 벽화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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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들과 도시재생 활동가들의 힘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더욱 잘 알고 있다. 효성마을에 쌓인 먼지는 주민들이 나서 털어내고 있다. 주민들은 서로를 설득하고 이해해 나가는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민협의체에선 마을신문도 7회째 발행했다. 마을 소식을 전하며 따뜻한 이웃의 정과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역시 적극적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구는 최근 효성마을 내 쪽방촌 주변 2층 연립빌라 등 총 88가구 부지(5천837㎡)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해 소규모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사업(가로주택정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비는 약 300억 원이 들어간다.

 경제력이 부족한 이곳 주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구는 LH 측과 주거 지원 대책 등 최적의 협의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40년 동안 굳어 있던 효성마을이 도시재생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민협의체와 지자체, 도시재생센터 등이 힘을 합해 추진되는 효성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새로운 역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사진=계양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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