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둥지를 튼 지 꼭 10년째다. 지구상에 4천4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90%가 태어나고 자라는 땅이 인천이다. 하나 인천은 웬만한 나라 밖 국제도시라면 필수인 생태공원조차 없다. 생태관광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서 툭하면 ‘국제도시’라고 떠벌려 왔다. 조건이 충분하지 못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인천의 자원과 환경은 차고 넘친다. 인천에는 전국의 21%에 달하는 습지와 갯벌(609㎢)이 있다. 본보는 4회에 걸쳐 인천 도심 속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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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남동산업단지 유수지 인근 공원에서 지난 18일 열린 인천시와 저어새네트워크의 저어새 생일잔치 행사에 참여한 시민과 학생 300여 명이 저어새를 그리고 있다. <인천시 제공>
2009년 인천 도심 한복판인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에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매립으로 갯벌이 점점 사라지자 저어새가 남동유수지를 피난처 삼은 것으로 분석했다.

남동유수지 내 200㎡ 남짓한 저어새 인공섬에는 매년 약 300마리의 저어새가 찾아왔다. 하지만 가까스로 자리잡은 저어새가 언제 남동유수지를 또 떠나야 할지 알 수 없다. 알에서 부화한 어린 저어새의 생존율이 감소해서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남동유수지의 저어새 생존율은 2010년 93%에서 2017년 75.7%로 17.3%p 떨어졌다. 2017년 137개 둥지에서 총 272마리가 부화했다. 이 중 살아서 둥지를 떠난 저어새는 233마리다.

지난해 저어새 생존율은 더 위태로웠다. 38개 둥지에서 태어난 저어새는 74마리로 2017년에 비해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자라서 둥지를 떠난 저어새 수는 5분의 1로 급감한 46마리다.

원인은 지난해 약 13억 원을 투입해 유수지 내 인공섬(면적 900㎡) 조성이 늦어진데다가 유수지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서 기존 인공섬에 물이 찼던 것이다. 저어새를 보호하는 인천시와 홍수를 대비해 수문 조절하는 남동구가 서로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저어새의 계속된 감소는 2011년 송도 11공구 갯벌 매립과도 맞물린다. 저어새의 생존율이 2012년 95%로 정점을 찍다가 송도 11-2공구 호안공사가 시작된 2013년부터 84%로 줄었다. 2014년 83.7%, 2015년 80.2%, 2016년 75%로 꾸준히 떨어졌다. 송도 11공구에 조성하기로 한 대체서식지의 규모도 안갯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의 바이오단지 조성계획에 밀리고 있다. 송도 11공구 매립지 바깥 갯벌에 조성하기로 한 ‘버드 아일랜드’도 숱한 논의 끝에 결국 무산됐다. 2014년부터 추진된 배곧대교 건설도 저어새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배곧대교는 왕복 4차로 총연장 1.89㎞의 도로다. 이는 람사르습지·철새이동경로로 지정된 송도갯벌을 관통한다. 저어새 등 철새들에게 송도갯벌은 먹이터다. 저어새를 비롯해 송도갯벌을 찾는 수많은 물떼새들이 번식지와 서식지를 잃으면서 사라질 위기에 있다. 송도∼남동산단 유수지∼논현 해안공원∼소래생태공원을 잇는 생태축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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