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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 한국사이버원예대학 부학장
#.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 짓지 마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데 달렸을 따름이다."

 조선 현종 때 문인 백곡(柏谷) 김득신(金得臣)이 스스로 지은 묘비에 쓰인 글귀입니다.

 조선 후기 김홍도와 함께 활동했던 풍속화가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을 떠올리겠지만, 전혀 다른 동명이인입니다.

 사대부의 자식들보다 한참 늦은 10살이 되어서야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했고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주변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몇 십 번 읽을 때 자신은 몇 백 번 혹은 몇 천 번을 읽는 방법으로 독서하였습니다.

 그 결과 한참 늦은 59세에 문과에 급제하고 또한 당대를 대표하는 명 시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입니다. 남들보다 부족한 기억력과 노둔함을 벗어나기 위해 몇 천, 몇 만 번을 되풀이해서 글을 읽은 공부 방법은 자연스럽게 김득신을 독서광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 ‘기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합니다.

 책은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느낀 점을 메모하고, 토론하고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노력은 더 중요합니다. 읽은 책의 권수도 중요하겠지만 읽고 느낀 점, 적용할 점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자체부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시민을 대상으로 토요일 이른 아침에 한 주는 의왕의 스피치센터에서 또 한 주는 한세대학교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월 2회에 걸쳐 독서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햇수로 벌써 9년째이니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는 책모임입니다. 작년에는 전혀 책을 읽지 않으셨던 분들이 꾸준히 참가하며 성경이나 어린왕자, 톨스토이 단편집을 필사하시며 성취감을 느끼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책모임을 진행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독서토론 참가의 필요성은 크게 느끼나 읽지 못했다는 부담과 자신의 눈치 때문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얘기는 한결같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면 그때부터 참가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확실한 독서 습관 만들기를 위해 독서토론에 참여합니다. 혼자 못 하는 일을 뭉치면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은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독서와 기록의 습관을 시도해 보세요.

 #. 백득독광 안철지면(柏得讀狂 眼徹紙面)

 백곡 김득신은 독서광으로, 눈빛이 종이를 꿰뚫을 정도로 책을 읽었다는 말입니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김득신이 부단한 노력으로 학문적 성취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그에게는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훌륭한 멘토가 있었습니다. 학습능력의 부족함을 나무라기보다는 오히려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남들에게 자랑하고, 과거는커녕 나이 스물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글을 지은 자식을 보며 꼭 과거를 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니 더 노력하라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멘토는 그의 아버지인 김치(金緻)였습니다. 아버지의 변함없는 믿음과 지원 때문에 김득신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더욱 학문에 매달릴 수 있었습니다.

 독학기사(讀學記思) ‘읽고 배우고 기록하고 생각하는 좋은 습관’

 멘토를 만나고, 멘토가 되는 좋은 습관인 책과 가까워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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