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딜릴리
93분 / 애니메이션·가족·미스터리 /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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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예술의 전성기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 평화롭기만 한 이 도시에서 연이어 어린아이들이 사라진다. 사랑스러운 소녀 ‘딜릴리’와 배달부 소년 ‘오렐’은 파리 곳곳을 누비며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에게서 힌트를 얻는다.

 영화 ‘파리의 딜릴리’는 가장 풍요롭고 행복한 시절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많은 걸작 속에서 유난히 많은 문명과 시대를 다뤘던 세계적인 거장 미셸 오슬로 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한 존재 자체가 역사와 예술인 도시 19세기 파리는 영화에서 놓쳐선 안 될 포인트다.

 감독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 한 명, 건물에 붙어 있는 작은 장식 하나하나에도 당시 유행했던 예술 트렌드인 아르누보 양식을 녹여 시대의 미장센을 완벽히 나타냈다. 또한 물랑루즈와 개선문, 에펠탑과 로댕박물관 등 지금은 전 세계인들의 관광명소가 된 랜드마크가 활발하게 움직였던 19세기로 시계를 돌려 감독 자신이 사랑하는 파리로 모두를 초대한다.

 수많은 예술가의 등장도 예고한다. 감독은 유명 아티스트를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로 영화 곳곳에 배치하는데 피카소, 모네, 르누아르, 로댕, 까미유 끌로델 등 시대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명화를 탄생시킨 화가와 조각가들은 물론 에펠, 뤼미에르 형제, 퀴리 부인, 파스퇴르 등 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저명인사까지 약 100명이 넘는 인물들을 담았다. 특히 사건에 직접 관여하거나 우연히 목격하는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영화 곳곳에 살아 숨쉬도록 그려 더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렇듯 예술혼이 담긴 도시와 그 도시를 만들고 가꾼 아티스트들의 활약을 풍성한 미장센과 이야기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 낸 ‘파리의 딜릴리’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과 진한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이 영화는 2019 세자르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고, 2018 앙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정돼 세계적으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았다. 여기에 뛰어난 미장센과 완성도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 가장 풍요로웠던 벨 에포크 시대를 만든 아티스트들과 미술 작품까지 완벽히 담아 또 하나의 아트 에듀메이션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더욱이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사 같은 비주얼을 담았다. 이 영화는 벨 에포크 시대를 완벽히 고증하면서도 현대 관객들에게는 아름다운 미장센을 선사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세밀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압도적인 비주얼과 예술사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로 꽉 채운 영화 ‘파리의 딜릴리’는 심미적 만족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강한 여운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지난 29일 개봉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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