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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이렇듯 그 직접적 수혜자인 북한당국이 인도적 지원을 ‘부차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단체와 우리 정부가 대북지원에 매우 능동적이고도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북한의 경제사정, 그 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연상시킬 만큼 최근 10년 내 최악의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방북(3.29∼4.12)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2018년 11월-2019년 10월) 북한의 식량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곡물수입량, 바꿔 말하면 식량부족량은 136만t에 이른다고 한다.

 즉 북한의 올해 식량 수요량은 576만t이지만, 생산량은 오랜 가뭄과 비정상적 고온, 잦은 홍수, 농업생산에 필요한 투입요소의 제한 등 때문에 겨우 417만t에 그쳐 159만t을 외부로부터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북한당국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수입량 20만t과 국제기구로부터의 지원량 2만1천200t을 제외하면 순수한 부족량이 136만t이 된다는 것인데, 이는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천10만 명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량이라고 한다. 특히 북한의 식량배급량이 2018년 1인당 하루 380g에서 2019년 300g으로 줄었으며, 일반적으로 배급량이 다른 계절보다 낮은 7∼8월에는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수치를 토대로 할 때, 북한의 식량 사정은 다른 어떤 해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의 경우처럼 쌀이나 보리 등 잡곡, 옥수수 등을 대체할 우유나 고기, 빵 등 대체식품의 조달 역시 매우 열악한 북한의 실상을 감안할 때, 그 여파는 자칫하면 아사(餓死)와 같은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사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극심한 북한의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우리나라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이 다른 어떤 지원보다 절실하며,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사안(事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같은 동포로서,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는 상휼(相恤)의 차원에서 결코 좌시(坐視)만은 할 수 없는 당위성을 띠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북 지원은 지난 2월 북한과 미국 간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국면에 처해 있는 남북관계를 타개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사실상 남북관계가 매우 큰 교착 국면에 처해 있었던 지난 1984년 9월 서울에서 큰 홍수가 발생해 수많은 이재민(罹災民)이 발생했을 당시, 북한 측이 우리 측에게 쌀과 시멘트, 천 등을 지원해 그 이듬해 이산가족 교환사업으로 연계됐던 사례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대북 지원은 지난 4월 문 대통령이 방미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그 구체적 윤곽은 곧 방한할 것으로 보이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미 간 워킹그룹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기 때문에 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대북 지원은 몇 가지 문제점을 배태하고 있다. 우선, 앞에서 살펴본 국제 주요 기구의 북한 식량사정 평가가 실제의 북한 상황을 반영한 것인가의 여부이다. 왜냐하면 인터넷 매체 ‘데일리 NK’ 등의 보도에 따르면 평양의 장마당 등에서 거래되는 쌀값이 1㎏당 4천∼5천 원 정도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북한이 2013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포전제’라는 농업개혁 이후 식량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 등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 차원에서 매년 40만∼50만t씩 지원했던 대북 지원용 쌀이 식량인 동시에 전쟁에 필요한 전략물자라는 차원에서 군사적 용도로 전용(轉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앞으로 지원한 식량도 철저하고도 구체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런 개연성을 불식(拂拭)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산하 북한인권감시본부 등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식량이 북한 군(軍)에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것이 다양한 계층적 배경을 가진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고 주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대북 식량 지원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과 제재에 역행하는 효과를 초래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런저런 구실과 핑계를 대면서 지연, 회피하고 있는 현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유지, 강화해 줄 뿐이라는,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한 관계 개선에 악재(惡材)로 작용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여러 방안과 대책들을 수립한 이후에 실시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지원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긍정적 부정적 양면성을 갖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솔로몬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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