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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호 인천시 남동구청장

영어 속담에 ‘토끼 두 마리를 쫓으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하나도 얻지 못한다는 것으로 마음을 비우라는 의미다. 다산 정약용이 편찬한 속담집인 「이담속찬(耳談續纂)」에도 이와 비슷한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속담이 나온다. 게를 잡으려다 준비했던 작은 망태기마저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한자어로는 ‘해망구실(蟹網俱失)’로 쓴다. 일본에도 ‘벌레와 벌을 둘 다 얻을 순 없다’는 말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욕심에 대한 경계와 함께 ‘양자택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격언들이다. 특히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경우에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상호 대립관계에 있는 정책을 두고, 양자를 한꺼번에 쫓다가는 두 마리 토끼 꼴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둘 중의 하나를 취하는 것만이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능력만 된다면 둘 다 취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는 말은 때론 게으름을 위한 핑계가 되곤 한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했던 당구장 금연정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정부에선 지난 2017년 12월 3일부로 당구장 금연을 시행했다. 정책 시행 전부터 전국의 당구장 업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따로 흡연실을 설치할 만한 공간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데다 이용객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당구장 영업 매출액 분석결과는 그동안 업주들의 걱정이 기우(杞憂)였음을 잘 보여준다. 금연구역 지정 이후 당구장의 매출은 업소당 약 13.5%(월 평균 373만 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구장 매출도 올리면서 이용객들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달 말이면 남동구청장에 취임한 지 1년을 맞는다. 남동구 또한 그동안 두 마리 토끼를 몇 차례 잡아보았다. 지금도 잘한 일이라 자평한 것 중 하나는 ‘푸를나이 잡콘’으로 불리는 청년예술인 고용정책이었다.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문화공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했기 때문이다. 구에선 미취업 청년들을 모집해 총 57명의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들 청년 아티스트들은 지금도 지역 곳곳을 누비며 공익행사나 다중집합장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또 각종 행사에 무료로 찾아가 공연을 하며 지역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구민들에게는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전국 최초로 구에서 직접 고령의 어르신들을 고용해 설립한 ‘장난감 수리센터’도 성공한 ‘두 마리 토끼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노인일자리 문제와 부모의 육아 부담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구에선 장난감 수리기술을 보유한 지역 어르신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해 아이들의 고장난 장난감을 고쳐주는 일을 맡겼다. 65~75세 사이 어르신 중에 장난감 수리 관련 경력자를 중심으로 채용했다. 장난감 수리 비용은 전액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보네 베이커리’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선 총 25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이들 중 19명이 65세 이상 지역 노인들인 고령자 친화기업이다. 지역 여러 기관에 양질의 빵을 공급하는 동시에 어르신 일자리까지 늘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게 된 ‘법칙’이 하나 있다. 양자택일의 순간에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얻으면 반대로 하나를 잃는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은 유명해질수록 사생활을 잃는다. 운동부 학생들은 운동에 전념할수록 공부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두 마리 토끼 법칙은 항상 통용되는 진리는 아니다. 한꺼번에 토끼 두 마리를 다 잡지 못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게 단서로 붙는다. 구청장을 맡은 지 1년이 되어간다.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정책적 노력은 계속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말 한마디도 소중히 들을 것이다. 이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또 어디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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