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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건강한 사회는 없는 자가 분노를 느끼거나 낮은 자가 혁명을 꿈꾸지 않는다. 아울러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는 있는 자가 교만을 떨거나 높은 자가 책무를 회피하지 않을 때 도모할 수 있다.

 결국 건전한 사회는 권리에 대한 주장보다 양보가, 이익을 위한 투쟁보다 협력이 우선적으로 담보돼야 실현된다. 물론 양보와 협력은 차별이 아닌 차이에 대한 긍정과 수용을 통해서 가능하다. 차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차이의 발생에는 자연적인 측면도 있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별해야 목숨을 지킬 수 있고 날씨의 낌새를 알아차려야 대비를 통해 난처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비와 역할의 차이가 가려져야 온전한 질서를 구축하고 합리적인 규범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차별은 차이와는 그 구별의 의도와 목적이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그 해소 과정과 방식 또한 다르다. 문제가 있는 차별은 해소되거나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차이가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반면에 이념적 차별은 갈등과 적대감을 부추긴다. 게다가 차별 의식은 자신의 능력은 도외시하고 결과의 평등만 따지기 쉬우며 노사간의 갈등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배고픔은 부자와 가난한 자 간의 차이를 드러내지만 배아픔은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의 차별을 유발시킨다. 배고픔은 성장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지만 배 아픔은 분배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이를 다른 이름으로 포장한 포용성장이란 결국 분배주도 성장에 다름 아니다. 차이는 기회의 평등을 요구하지만 차별은 결과의 평등을 주장한다. 사회주의 중국에도 결과의 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권 세력이 있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자 하면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지난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통합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 나라 국민들은 350만 원으로 가정한 초등학교 교사 월급을 기준으로 할 때 대기업 CEO가 6.82배 많은 월급을 받는 게 적정하다고 인식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전국 성인 3천873명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분배상을 조사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이 CEO의 보수에 대해 관대하다는 평가까지 곁들이고 있다. 보고서에서 소득 불균형의 심각성을 말끝마다 강조하면서 자신들 스스로 현재 한국사회가 빈부격차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그 격차가 가장 낮았다는 것을 그래프로 보여주면서도 말이다.

 임금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며 CEO의 보수는 일정한 시간이나 노동의 양에 따라 주어지는 급여가 아니라 기업의 수익과 가치에 따라서 주주와 나누는 성과의 결과다. 이 기관의 조사에서 직업별 적정 임금의 크기를 비교한 대기업 CEO, 의사, 대학교수, 국회의원, 제조업 숙련기술자, 기업 신입사원, 청소부, 공장 비숙련 근로자, 가게 점원 등의 수입 또한 차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직업을 갖기까지의 개인적 기획에 따른 노력과 능력, 일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 액수로 이들 직업의 적정 임금을 비교할 수는 없다. 도대체 적정 소득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또한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의 보수는 초등학교 교사에 비해서 얼마를 받아야 적정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실력으로 발전한다. 돈, 자긍심, 명예, 보람, 출세 등이 매개가 되어야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계발도 가능하다. 그리고 공정성을 토대로 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리더로 인해 사회는 융성하고 국가는 부강해진다. 공영방송에서 평균 3% 남짓한 시청률을 보이는 시사프로를 진행하며 연간 7억여 원의 출연료를 받는 어느 개그맨이 판사의 망치질과 목수의 망치질이 동등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개그 이상으로 웃기는 한 이념적 차별의 위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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