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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석 코레일 양평관리역장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은 이름 그대로 대대적인 정복 사업을 펼쳐 고구려의 영토를 가장 넓게 개척한 정복 군주로서 우리 역사에서 가장 웅대한 제국을 형성했다. 그는 재임 중 22년 동안 벌인 정복 활동과 영토 확장을 통해 동북아의 패자가 됐고, 만주 일대를 회복해 고구려를 동북아에서 가장 강성하고 안정된 국가로 만들었다.

 지난 4월 ‘평화로! 번영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코레일이 주최한 제34차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에서 한국철도의 기술력과 잠재력, 대륙철도의 비전을 제시하고, OSJD 내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과 남북의 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대륙철도의 유엔총회’라 불리는 OSJD는 1956년 6월 러시아, 중국, 북한, 몽골 등 12개 국가 간 화물운송 협약 체결과 유럽과 아시아 간 국제철도 운행을 위해 창설한 국제적 기구다. 러시아, 중국, 북한을 비롯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29개국 정부 및 철도운영 기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 회의는 러시아, 중국, 폴란드 등 20개국 3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올해 회의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정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주관하는 장관급 회의인 동시에 남북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와 함께 대륙철도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남북철도 연결을 넘어 대륙철도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로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던 OSJD 가입은 언제라도 대륙으로 사람과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놀랄 만한 진전이다. 우리나라 철도의 유라시아 철도망과의 연계를 위한 국제적 기반이 마련됐으며, 남북 경협 등 향후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 OSJD 가입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모두는 남북철도 연결과 한국의 대륙철도 진출에 대해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으며, 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한국이 유라시아 철도망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한 동북아와 유럽대륙을 잇는 북방물류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로 한국의 남북 철도가 지목됐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국제철도 물류의 중심 허브 역할을 하고 철도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좁은 국토에서 벗어나 북한, 더 멀리는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돼야 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남북철도 연결 사업은 남북 간의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수송비용 절감 및 수송시간 단축 등으로 동북아 경제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TKR(한반도 종단철도)-TSR(시베리아 횡단철도)-TCR(중국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철(鐵)의 실크로드’가 완성되면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동북아의 철도 중심지가 될 것이다. 그동안 대륙과 단절됐던 우리나라가 철도를 통해 향후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 운영과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축의 초석이 되고, 유라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가입한 OSJD가 대륙철도의 교두보이자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OSJD와 적극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TKR를 완성해 대륙철도와 연결을 실현하는 ‘제2의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개막하는 주역이 되기 위해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 사업은 우리의 시대적인 절대명제 과제다. 이것은 또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공동 번영과 평화 정착 나아가 동북아 평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앞길에 녹록지 않은 현실이 가로 놓여 있다.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비 마련 외에도 남북 관계 개선과 OSJD 회원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호의적 분위기 조성 등 철도 연결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실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강력한 실천 의지가 아닐까.

 광개토대왕릉비는 지금도 중국 지린성 지안현 퉁거우에 그 옛날 만주 벌판을 누비던 주인공으로 고구려의 대륙을 향한 진취적 기상을 간직한 채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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