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10년이라는 시간은 그만큼 역사를 새롭게 쓸 수도 있고, 변화를 이끌 수도 있는 시간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도 10여 년 전부터다. 국내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면서 수입 의료기기 일색이었던 의료기기 시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아이메디컴㈜’이 있다.

 군포시에 소재한 아이메디컴은 2004년 법인 설립 후 의료기기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으로 신경·정형외과용 수술장비 개발·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2006년 부설기관인 의용생체공학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주돈수 아이메디컴 대표.
# 도내 의료 강소기업

 아이메디컴은 정형외과의 일반외상 수술 및 관절 수술 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수술용 장비인 드릴·소·블레이드 등은 물론 신경외과에서 척추 수술 및 디스크 시술 시 사용하는 일회용 수술기구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관절 재수술에 사용하는 전동식 비구컵 제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출시, 미국 글로벌 업체와 미국 등 주요 국가 공급계약 및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또 축농증 치료를 위한 부비동 수술용 카테터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국내 임상시험 중에 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2004년 설립 당시 드릴·소·블레이드 등 정형외과 수술 제품을 자체 개발해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등을 확보하고 국내 유일한 제조사로 성장했다. 2009년 척추 수술용 제품을 개발하며 해외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해 오면서 15건의 관련 특허를 국내외에 등록했다. 미국 FDA와 중국 CFDA, 일본, 브라질과 타이완 등 인증 장벽이 높은 국가에서도 인증을 받았다.

▲ 해외시장 진출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1년 100만불, 2015년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제품 성능을 인증받아 해외시장 진출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1년 100만 달러, 2015년 3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지식경제부장관상, 대한민국 보건산업대상, 국무총리상, 대통령산업포장을 받았다.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동식 비구컵 제거기에 대한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시장성을 인정받아 보건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했고, 올해는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으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에 지정됐다.

 주돈수 아이메디컴 대표는 "전 세계에서 열리는 해외 의료박람회나 학회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제작에 주력한 결과 좋은 제품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었다"며 "매년 2개 이상 신제품을 개발해 앞으로도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 사람을 먼저 생각하다

 주 대표는 "아이메디컴의 로고에는 ‘Intended for human’이라는 슬로건이 있다"며 "의료기기 중에서도 수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최종 사용자인 의료인의 입장과 환자의 입장을 잊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 주돈수 아이메디컴 대표가 전동식 비구컵 제거기를 들고 작동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제품을 구성하는 원자재를 선택하는 시점부터 철저히 인체에 무해한지 검증된 소재를 선택하고, 제품 디자인 및 기능 개발단계에서는 사용자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다"며 "또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주문생산(Customizing)과 주문자상표부착(OEM) 판매에도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메디컴 입장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다소 원가를 올리는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한국산 제품이 가격경쟁력뿐만 아닌 제품 경쟁력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아이메디컴은 최근 5년간 매출액 대비 10%가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당장 이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 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장기적으로 해외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그 결과, 미국·독일·스위스·영국 등 선진국의 글로벌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배터리 구동 방식의 의료용 핸드피스 개발에 성공, 세계에서 7번째로 의료용 배터리 핸드피스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 아이메디컴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동식 비구컵 제거기.
 의료용 배터리 핸드피스는 수술실의 멸균환경을 위해 130여℃의 고압 스팀멸균을 하기 때문에 혹독한 환경에서 반복되는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핵심 부품인 모터부터 기계적 장치까지 모든 부분을 자체 기술로 만들며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에 주력했다. 국내 허가와 미국 FDA 등록은 물론 아시아와 중동·남미지역에 수출 중이며, 조만간 북미 및 일본 시장에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 한계에 도전하다

 의료업계는 척박한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아이메디컴이 성공한 가장 큰 요인으로 주돈수 대표이사의 역발상과 지속적인 제품 개발, 해외시장 공략을 꼽는다.

 주 대표는 "의료업계에서의 국내시장은 해외시장과 비교할 때 크기 자체의 한계가 있다. 이 점이 자연스럽게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며 "해외시장 개척은 단순히 영업과 마케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기기 특성상 해외 인증과 등록·허가까지 고려하면 예상보다 시간과 비용, 인력 투입이 많이 필요하다. 시행착오까지 고려하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투자를 하다 보면 더 큰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마케팅 전략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아이메디컴은 2010년부터 매년 8∼10회의 해외 전시회·학회를 포함해 많게는 15회 정도의 전시회·학회에 참가 중이다. 주로 미국정형외과학회(AAOS), 북미척추학회(NASS), 유럽정형외과학회(EFFORT), 유럽척추학회(EUROSPINE) 등 단일 학회전시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학회전시와 MEDICA(독일 뒤셀도르프), ARABHEALTH(아랍에미리트 두바이), HOSPITALAR(브라질 상파울루) 등 상업전시뿐 아니라 각 지역별 전문학회전시에도 참가하고 있다.

 주 대표는 "해외 영업은 ‘해외로’ 하는 영업이 아니라 ‘해외에서’ 하는 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꾸준한 전시회 참가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바이어를 찾는 것도 물론 있지만, 시장의 트렌드를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이것이 회사의 전략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 대표는 "세계시장을 보면 시가총액이 조 단위가 되는 업체들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개발이나 마케팅, 영업적인 인력 수습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꿈이 있다.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단단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며 한국의 의료기기 제조산업에 기여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사진=<아이메디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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