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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최근 한반도의 정황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우리의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이후 닷새째인 5월 14일 평북 구성 일대에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을 발사했는가 하면, 6월 8일에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이후 11월 29일 평남 평성 일대에서 ‘화성 15형’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북한의 거듭된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에는 ‘긴장과 극한대립’이 자칫 전운(戰雲)을 불러 일으키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으나, 해바 바뀐 2018년부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한 간 정상회담,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 등으로 인해 그 정황이 역전(逆轉)됐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한반도 정황이 그러했듯이 최근 또다시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긴장과 대립국면’이 재현(再現)되고 있어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전통적인 선린 우호관계를 맺어왔던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관계가 ‘화이트 리스트’ 문제로 극한(?)의 대립관계로 치닫는 가운데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제2의 IMF 또는 전쟁 발발가능성’을 우려하기에 이르고 있으니,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제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해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는 주장을 해오던 가운데 돌연 러시아가 개발한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때가 바로 5월 4일이었는데, 이것으로 모자람을 느꼈는지 5월 9일과 7월 25일, 7월 31일, 그리고 8월 2일과 6일 등 총 6회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이어왔다.

 이런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지난해 남북한 간의 3회에 걸친 정상회담과 미·북 간의 2회에 걸친 정상회담, 북·중 간의 5회에 걸친 정상회담과 북·러 간의 1회 정상회담, 특히 얼마 전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이뤄진 한·미·북 정상의 3자회동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실익(實益)과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인가? 아니, 북한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해 관련국과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 자국(自國)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를 통해 북한은 ‘정상국가’로의 회귀(回歸)를 포기하고 ‘자력갱생, 자강력’만으로 2천500만 인민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자만(自慢)하는 것일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런 의문에 대한 답(答)에 대해 필자는 의외로 간단하고도 명료하다고 보여진다. ‘핵(核)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등 우리에게는 이른바 ‘비대칭전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전력의 우월성을 과시함으로써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는 가운데 만성적인 경제난에서 신음하고 있는 인민들에게 자존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킴으로써 김정은 정권에 대한 맹목적이고도 절대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오판(誤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판문점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속했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실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미사일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켜 ‘협상의 레버리지’를 제고시키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실시하고 있는 합동군사연습의 축소 내지 중단을 위한 수단으로 원용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이 이런 그릇된 현실 판단과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과 비현실적인 미사일 발사와 같은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마치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정권 자체의 존망(存亡)을 매우 위태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때보다 북한 당국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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