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나 악령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한 오컬트 장르는 1970년대 공포 장르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다 1980∼90년대에는 미치광이 살인자가 주인공인 ‘13일의 금요일’과 같은 피가 튀는 슬래셔 무비가 대세를 이뤘다. 그렇게 대중에게서 멀어진 듯 보였던 오컬트 장르는 최근 우리 영화 ‘검은 사제들(2015)’, ‘곡성(2016)’, ‘사바하(2019)’를 통해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사자’ 또한 신개념 오컬트 무비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톨릭을 모태 신앙으로 갖고 태어난 용후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신앙도 잃게 된다. 종합격투기 선수로 성장한 그는 최근 악몽과 함께 원인을 알 수 없는 상처에 시달렸다. 아물지 않는 상처와 악몽을 견디다 못해 찾아간 무당집에선 한 성당을 지목한다. 반신반의 끝에 성당을 찾은 용후는 그곳에서 구마 의식 중인 안 신부를 만난다. 악마가 깃든 부마자는 가공할 만한 힘으로 안 신부를 공격하고, 이를 보다 못한 용후는 주특기인 격투로 부마자와 대결한다. 그러던 중 용후는 자신의 다친 손바닥에 악령을 퇴치할 특별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바티칸에서 파견된 안 신부는 마치 아버지처럼 용후를 따뜻하게 대하지만 용후의 마음에는 종교에 대한 응어리가 깊다. 반면 검은 주교가 세력을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안 신부 혼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제 남은 건 용후의 선택뿐이다. 선을 택할 것인가, 모른 채 눈 감을 것인가!
영화 ‘사자’는 개봉 2주째에 접어들고 있는 신작 영화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공포영화다. 악령과 종교를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인 ‘사자’의 특이사항은 슈퍼 히어로와 종합격투기 액션이라는 세 장르의 이종교배에 있다. 초자연적인 파워를 가진 부마자를 압도하기 위해 격투기 선수를 퇴마사로 내세운 설정은 상당히 신선하다.
이로써 기존 오컬트 영화가 보여 주지 못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펼쳐질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또한 마블식 영웅이 가진 초능력을 탑재한 주인공의 설정도 흥미롭다. 다만, 재미있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감이 있다.
그러나 영화 ‘사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만한 작품이다. 우선 배우의 힘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난 배우 안성기의 안정적인 연기는 영화 ‘사자’의 단단한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긴장과 이완의 모든 순간이 안 신부를 중심으로 빚어진다. 박서준과 우도환의 연기도 매끄럽다. 두 번째는 오컬트, 히어로, 액션이라는 이색적인 장르의 결합이 볼만하다. ‘사자’의 후속작이 구상 중인 만큼 다음 영화에서는 가능성이 터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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