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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권하는 사회

2019년 08월 14일(수) 제10면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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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여러분의 직장 생활은 어떠십니까? 100% 만족스러우신가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직장 생활을 잘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직장에서는 ‘본인이 맡은 일’만 잘 한다고 해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라는 특성상 업무 능력 못지않게 직장 내 인간관계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왕따’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왕따’란 ‘따돌리는 일’ 또는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제는 국어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말입니다. 따돌림이란 ‘두 사람 이상이 집단을 이뤄 특정인을 소외시켜 반복적으로 인격적인 무시 또는 음해하는 언어적·신체적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직장에서 이러한 ‘왕따’를 당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최근에 정식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것입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술자리 강요’나 ‘부당 업무 지시’ 등 직장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이른바 ‘갑질’은 모두 징계 대상입니다. ‘갑질’ 역시 신조어입니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약자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말합니다. 그동안 부당함을 알면서도 상사의 지시라는 이유로 참았던 일들이 이제부터는 법적 대응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욕설이나 폭력 같은 행위는 물론이고 ‘여러 직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흡연·회식 참여 강요’,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림’, ‘특정 근로자가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만을 지나치게 감시’, ‘전화기나 PC 같은 회사 비품을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하지 않는 행위’ 등이 모두 해당됩니다. 상시 근로자 10명 이상인 모든 기업이 대상입니다. 경영진은 직원으로부터 괴롭힘 신고를 받으면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합니다.

 직장인들끼리 ‘왕따’를 만들어 괴롭히는 것을 법으로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직장 내 약자를 보호하고 더 나은 직장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합니다. 취지가 좋은 만큼 현장에서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반쪽짜리’ 법안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또한 인간적인 관계보다 업무적인 관계로만 소통하게 돼서 오히려 조직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어느 잡지로부터 원고 청탁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원기범 아나운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혹시 직장 생활 중에 실제로 겪으신 일이 있다면 함께 언급 부탁합니다." 답신을 준비하면서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직장 생활을 곰곰이 돌이켜보니 저 또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부지불식간에 회사 동료들에게 ‘우월적 지위’로 상처를 준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됐었습니다.

 직장 생활, 인간관계, 그리고 소통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잘 통하면 관계가 개선되고 관계가 개선되면 결국 조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공자는 "바탕(質 : 진실한 감정, 참된 마음)이 형식(文 : 예의범절)을 압도하면 거칠고, 형식이 바탕을 압도하면 태깔만 난다. 형식과 바탕을 잘 어울리게 해야(文質彬彬) 비로소 군자다"라고 했습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적절한 형식을 갖춰 균형 있게 잘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아무쪼록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통해 서로 간에 예의를 지키며 소통하는 직장 문화가 널리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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