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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인천시민들. /기호일보DB
42년 만에 인천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이 고작 8개월도 안 돼 다시 조정된다. 시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노선은 전면 개편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또다시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졸속 행정’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12일 시에 따르면 이달 중 3차 시내버스 노선 재개편을 시행하고 용역을 거친 후 6월 안에 또다시 노선을 개편할 예정이다. 175개 전체 노선 중 다시 개편될 노선은 절반에 이른다. 이달 중 추진할 버스 노선 재개편은 16개 노선으로 전통시장 경유 노선 확충과 통학 및 남·연수·계양구 지역 주민 불편 해소 등의 이유를 달고 있다. 부평시장과 용현시장 등 전통시장 노선 이용객들이 환승 대신 개편 이전처럼 ‘한 번에 가는 노선’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연수구에서 동인천 방향의 노선 역시 환승에 따른 통학 불편이 제기되자 개편 노선을 백지화하고 기존 노선을 다시 운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다음 달 예정된 ‘시내버스 조정 노선 모니터링 및 안정화 연구용역’이 끝나면 6월 안에 나머지 노선에 대한 개편도 대대적으로 추진된다.

앞서 시는 지난해 7월 말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과 함께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했다. 기존 212개 노선 중 존치 노선 98개, 변경 노선 87개, 신설 노선 15개, 폐선 노선 27개 등으로 확정됐다. 시는 당시 인천도시철도 1·2호선과 공항철도, 서울도시철도 7호선과 수인선 등 버스와 철도 대중교통망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선 개편을 추진했다. 여기에 한정된 버스 노선 안에서 신도심 노선을 추가하다 보니 원도심 노선은 줄어들었고 기존보다 환승 횟수가 늘어났다. 상당수 시민들은 환승에 익숙지 않은 데다 덩달아 개편된 버스의 운행시간 간격까지 늘어나자 불편을 호소하며 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시는 결국 노선 개편 후 두 차례에 걸쳐 일부 노선을 개편했다. 지난해 9월 초 20개 노선을 대상으로 1차 개편을 했다. 12월 초에는 서구·영종 지역 18개 노선을 대상으로 2차 개편에 나섰다. 시의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에 이은 부분 개편으로 노선 체계 굴곡도와 중복도를 개선하겠다는 당초 노선 개편 원칙은 무너졌다. 노선 개편으로 굴곡도는 10.7%, 중복도는 21% 개선돼 평균 배차 간격은 3분 단축되고, 평균 통행시간은 8분가량 절약된다는 기대효과 역시 사라졌다. 노선이 다시 추가됨에 따라 이용객의 통행시간은 더 길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시 관계자는 "전체 노선은 그대로인데 신도심 노선이 신설되고 지하철역과 연계된 노선이 생김에 따라 기존 원도심 노선은 줄어들고 환승 횟수가 증가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원에 따른 노선을 조정하되, 당초 개편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선 조정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노선 개편을 정례화하기 위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안)’을 마련, 5월과 10월에 노선 개편을 시행하기로 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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