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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와 시민참여

정해동 용인시 도서관사업소장/행정학 박사

2018년 03월 13일(화) 제10면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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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동 용인시 도서관사업소장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지방자치의 기본적 요소는 지방분권과 시민참여로 집약된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 이양을 통해 지방자치의 제도적인 틀을 만들고, 시민 참여를 통해 자치문화의 사회적 토대를 쌓을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정착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이 필요조건의 핵심이라면, 시민참여는 충분조건들 중의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분권개헌을 약속하고 지방자치 로드맵을 마련했다.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의 비전 아래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지방자치의 여건과 인식의 정도, 사회 문화적인 토양으로 볼 때 이른 시간 안에 실현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제도가 문화를 이끌어 간다는 데 동의한다면, 연방제 수준의 혁신적인 분권장치는 한국 지방자치사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은 틀림없다. 선진국 수준의 지방자치 틀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와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인식의 변화와 여건의 성숙이 필요하다. 현재 지방자치의 담론은 자치분권에 집중돼 있고 상대적으로 시민참여의 문제는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분권의 논의와 제도 보강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참여의 제도적인 보장과 참여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졌을 때 목표가 이뤄지고 비전이 실현되는 것이다. 참여 없는 분권은 알맹이 없는 포장에 불과하다. 지방분권으로 인한 자율과 재량이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적인 주민 복지를 높여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제대로 행사되기 위해서는 협력과 견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시민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역량 있는 시민’이란 이승종 교수에 따르면 ‘공공 정책과정에서 자기이익에 대한 옹호와 주장만을 제기하는 일방적인 참여자를 넘어서 공공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요구하고 자제하면서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품격 있는 교양시민’을 말한다.

 시민참여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첫째, 참여를 위한 제도적인 보장으로 지방선거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정책 입안·결정·평가 등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참여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 위원회, 주민설명회, 공청회, 정책 모니터링 등 제도적 장치에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둘째, 성숙한 시민사회를 통한 역량 있는 시민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시민 교육과 함께 지방자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지방자치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지방자치 시민교육이 절실하다. 또한 삶의 터전인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통해 활력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시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아울러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뢰와 규범, 네트워크로 집약되는 사회자본 축적으로 시민의 정신적 자산을 형성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인 동시에 지방자치 발전의 필수요소다.

 셋째, 지방자치의 대표적인 모범국가인 스위스에서 보편화돼 있는 직접민주제의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대의제 민주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요한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주체적인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확장하는 것이다. 이미 제도화돼 있는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감사청구, 참여예산, 조례제정권 등에 시민 참여가 용이하도록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분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는 지방정부에서 지역주민(시민)에게로의 권한 이양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방자치의 주체이자 대상이 바로 지역주민이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직접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의 가치와 자치제도로의 도입 확장은 시대정신으로 볼 때 매우 바람직하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이 적극적인 시민참여다.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부의 획기적인 인식 전환과 조속한 분권제도 마련, 지방정부의 자치능력 확보, 성숙한 시민사회 조성을 위한 역량 있는 시민 육성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생활속의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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