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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거리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소설가

2018년 03월 13일(화) 제11면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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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
사람과의 친숙을 보여주는 거리 매김은 애매해서 때로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말한 외롭지 않고 상처 입지 않을 거리를 참고해 볼 만하다. 그러나 일상에서 정확한 거리두기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느 시점에 너무 멀어졌는지 혹은 너무 가까워졌는지 이상 신호를 느끼기 전까지는 거리두기가 자동 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과 나 사이에는 20cm 거리가, 친구와 나 사이는 46cm가 적정거리이고, 직장동료와 단체모임에서는 팔을 뻗어 닿지 않는 120cm가 정당한 거리두기라고 한다. 지인의 고민을 들었다. 회사에 새로 들어온 후배 직원이 수용하기 난처한 행동으로 부서원 사이에 불화를 조장하고 있어서 직장생활 20년에 최대 고비라고 했다.

두통에 불면증에 화도 치밀고, 자부심으로 쌓아온 커리어에 스크래치가 생겨 내 탓이오 반성도 한다고 했다. 일을 진행하고 의견 조율을 하는 과정에 직선적인 면이 있기는 하나 무조건 불통의 성격은 아닌지라 지인의 고민이 이해되기는 했다.

 약삭빠름이 장기인 후배 직원은 사회생활 잘하는 요령을 부서원에게 전수라도 하는지 앞에서는 사근사근 친절하고 뒤에서는 누군가를 입방아에 오르게 은밀히 소문을 퍼트리고 상관에게는 교묘한 자화자찬으로 업무실적의 공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했다. 경력으로 입사한 후배 직원은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인 편 가르기를 해서 부서의 분위기가 살얼음판 위처럼 불안해졌다고 한다.

경력이 화려해서 능력 있는 후배가 들어와 고맙다며 속내를 터놓았고 친화적인 태도로 접근해 온 후배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해 회사와 부서의 상황과 정보까지 물어다 준 자신의 어리석음에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가볍게 표현해 나대는 사람은 세상 어느 곳이나 있다. 가진 직위나 경제력이 평균에서 조금 상위인 것을 대단하게 여겨 자기보다 좀 낮아 보이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화가 나기는 하지만 충돌하지 않고 상처 받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그런 사람들에게 되레 예의로 대하는 것이다. 밀착의 관계라면 상처가 되고 감정이 상해 힘들다.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다.

 무례한 사람도 그의 능력이 보탬이 되는 경우가 있고 너무 올곧아 융통성이 없어서 일의 진행이 더뎌지거나 아예 추진이 불가능한 경우도 본다. 비개인적인 업무를 행하는 관계는 사무적인 공식적 관계라 격식이 필요하다.

 직장은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라 일을 하기 위한 단체이지 허물 없는 친숙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친숙이 불법을 자행하는 한통속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적당한 거리유지가 필요하겠다. 가족 관계도 마찬가지다. 세상 사람들과의 갈등보다 가족 간의 갈등이 더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이유도 거리 두기가 안 되어서 생긴다. 고부 갈등을 봐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거리 두기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농작물을 키우는데도 솎아주기는 필수다. 뿌린 씨앗이 다닥다닥 붙어서 싹이 트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솎아낸다. 건강하게 잘 자라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다. 사람사이의 거리두기 역시 사람과의 관계에 스트레스를 주고받지 않고 건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자주 들리는 고독사 이야기도 사람사이의 거리맺음과 연결된다. 소통단절로 혼자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작년에만 2천 명을 넘었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가 없는 추정이라 홀로 고독사한 사람들의 수치는 더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 가족을 위시한 주변 사람도 본인도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는 거리를 두었다면 마지막 가는 길이 덜 외로웠을 것이고 추모하는 사람들도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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