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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위기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2018년 03월 14일(수) 제10면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jpg
▲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21세기 들어와 전 세계적으로 대학의 위기가 많이 논의돼 왔지만 우리나라처럼 위기가 심각한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우리의 경우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근저에 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16년 61만 명 수준인 고등학교 졸업생이 2026년에는 지금보다 16만 명이 적은 45만 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며 특히 2024년은 고등학교 졸업생(40만 명)이 가장 적은 해로, 2016년 대학 정원(52만 명) 대비 12만 명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학령인구 절벽’으로서 교육개혁의 당위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교육개혁에는 우선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포함된다. 학령인구가 지금과 같이 가파르게 감소할 경우, 학생보다 대학 정원이 많아 생기는 대학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절벽은 현재 고1이 입시를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 당장 나타날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하는 교육 기본통계 및 통계청 인구 전망치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결과, 올해 고3 학생 수는 57만9천250여 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고2는 이보다 5만여 명이 적은 52만2천374명, 고1은 45만9천935명으로 나타났다. 2021학년도 대입은 2019학년도보다 무려 12만 명 적은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낮은 특성화고를 제외할 경우 학생 수는 38만 명 선까지 떨어진다.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 모집정원은 2019년에는 50만6천186명으로 이 정원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지금부터 3년 후인 2021년에는 대학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크게 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서울 주요 대학 정원은 5만 명 미만으로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야 입학이 가능하다. 이처럼 경쟁자의 수가 줄어들면, 대학 정원이 지금과 같은 규모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경쟁의 정도가 일부 완화될 순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 상위 10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현재 대략 전국 상위 5% 이내이나 학생 수가 10만 명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는 이 범위가 전국 상위 7% 이내로 다소 확대될 수 있다. 즉 경쟁률이 떨어지면서 학생들의 수준 하향경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경쟁은 보다 더 완화된다. 전체 고3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고3이 차지하는 비중이 42% 정도인데, 현재는 이 중 46%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 약 56%까지도 수도권 대학에 진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학 정원이 현재와 같은 규모를 유지했을 때 유효한 전망이다. 4년제 대학의 모집 정원은 ▶2015학년도 37만6천867명 ▶2016학년도 36만5천309명 ▶2017학년도 35만5천745명 ▶2018학년도 35만2천325명 ▶2019학년도 34만8천834명으로 줄곧 줄어왔다.

 하지만 학생 수의 감소 속도에 비해 대학정원 감축 정도는 매우 더디다. 학령 인구 감소에 맞춰 교육부는 대학 정원 감축, 부실 대학 퇴출 등의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의도한 바의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에 비해 지방 사립대 중심으로 정원이 대폭 축소될 경우 오히려 서울 및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 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이다. 기존 교육 패러다임의 전반적 검토 및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 개혁 필연성에 비춰 볼 때 4차 산업혁명은 이참에 교육 패러다임을 일거에 바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주요 명문대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첫 번째 파도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 안도하면서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더 큰 파도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지역 대표 대학인 인천대학은 수도권 대학이어서 아직 경쟁률이 나쁜 편은 아니라는 점에 안주하면서 정작 입학생의 질적 저하에는 무관심해 보인다. 인천대에 입학하는 상위 학생들 중심으로 서울의 기존 명문대로의 상향 지원이 늘어나면서 입학생의 질적 저하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인천대와 같은 후발 주자들에게는 커다란 변화의 파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성과를 낸다면 기존 명문대를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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