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배회하던 노인들이 교회 연설을 듣는다.
27일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배회하던 노인들이 교회 연설을 듣는다.

"복지관에 있어도 소외받으니 찾아가기 싫죠. 지하철이 오히려 덜 외롭습니다."

27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부평역사 지하 1층 분수광장에서 만난 박모(86)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변에는 박 씨 말고도 많은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전철을 이용하려 분주히 오가는 젊은 승객들 사이로 혼자 가만히 커피잔을 기울이거나 멍하니 앉은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분수대를 둘러싼 벤치는 가득 차 앉을 공간이 없었다.

노인들은 주변에 경로당이나 노인복지회관이 있지만 지하철역사나 공원이 더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자에 앉아 대화하던 김모(78)씨는 "복지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나이 많은 이들을 닭장처럼 모아 둔 듯해 반감이 든다"고 했다. 같이 있던 한모(81)씨도 "집 주변 경로당을 가 봤지만 이미 친해진 사람들끼리 텃세를 부려 나왔다"며 "지하철 이나 공원을 가면 나처럼 혼자 온 이들이 많아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동구 화도진공원과 남동구 중앙근린공원도 비슷했다. 이곳 역시 많은 이들이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장기나 바둑을 두기도하고, 산책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지역 내 만 65세 이상 인구는 50만3천140명으로 전체의 16.7%를 차지한다. 인천은 이미 초고령사회를 앞둔 고령사회에 속한다.

현재 지역 노인시설은 경로당 1천544곳, 노인복지관 27곳으로, 이들 시설을 제외하면 노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공간은 한정됐다.

복지관이나 경로당을 찾았다가 실내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에 실망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역 곳곳에 설치한 ‘시니어’ 공원도 크기와 운동기구 수만 차이 날 뿐 다른 근린공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구에 사는 이모(78)씨는 "복지관에서 하는 그림 그리기나 하모니카 수업을 받았지만 수강 정원이 차지 않으면 폐강되기 일쑤여서 그만두고 지금은 일자리사업에 참여한다"며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천도 이제 초고령사회에 근접한 만큼 노인 이용 시설이나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노인들이 시설을 찾아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지속해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신설 중"이라며 "노인들이 경로당이나 복지관에 실망하지 않고 방문하게끔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유지웅 기자 yj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