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가 옛 수인선 송도역사 복원사업 일환으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증기로 달리던 협궤 증기기관차와 증기시계탑을 재현키로 했다고 한다. 여기에 내년 6월까지 옛 송도역사(驛舍)를 재현해 역사관과 문화공원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열차 모형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관에는 실제 수인선에서 운행하던 협궤 증기기관차의 외관뿐 아니라 증기가 배출되고 바퀴와 관련 장비들이 움직이도록 해 증기기관차의 구동 원리 파악은 물론 운행 당시 현장감을 살리도록 연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는 현역에서 사라져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나 마주할 증기기관차는 석탄이나 목재 같은 연료를 사용해 물을 끓여 만든 고압의 증기를 통해 기관을 작동시키는 기차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됐고 수인선에도 적용됐다. 1937년 운행을 시작한 협궤열차는 표준궤도보다 작은 어른 어깨 넓이 정도인 76㎝에 불과한 데다, 객차는 버스 한 대 정도 크기인 폭 2.4m에 길이 14.1m의 작은 덩치 탓에 꼬마 열차로 불렸다. 게다가 2m 남짓의 좁은 차체 탓에 성인 남성이 좌석을 마주 보고 앉으면 무릎이 닿을 정도로 장난감 같은 기차였다.

특히 송도역 주변에는 농수산물을 파는 ‘반짝시장’이 열려 소래 아낙들은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과 젓갈을, 농민들은 밭에서 가꾼 채소를 열차에 싣고 와 송도역 앞에서 장을 벌였다고 한다. 그렇게 젓갈이나 수산물이 담긴 함지박을 든 아낙들이 열차에 오르면 객차 안은 순식간에 갯내음으로 가득 차기도 했고, 젊은 청춘들은 싼맛에 인천과 수원을 오가며 데이트를 즐기던 낭만의 열차이기도 했다. 또 협궤열차는 영화나 소설로, 그리고 노래와 시에 담겨 추억을 실어 날랐다. 

협궤열차는 1995년 경제성을 이유로 최종 폐선됐다. 연수구는 이렇게 추억과 낭만이 있는 협궤열차와 송도역사 일대 복원을 통해 관광자원화뿐 아니라 가족단위 교육의 장이자 장년층의 추억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어서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협궤열차는 다시 다닐 수 없겠지만 추억과 낭만에 송도 반짝시장까지 더한다면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복원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하얀 증기를 내뿜고 달리는 협궤열차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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