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솔 동국대 일본학과
최솔 동국대 일본학과

민속 신앙을 소재로 한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가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했다. 2024년 개봉한 영화 중에서, 그리고 오컬트 장르 영화 중에서 첫 1천만 영화다. 

연일 화제를 모으는 ‘파묘’는 장손들이 기이한 병을 앓는 집안의 의뢰를 받은 풍수사와 장의사, 무당들이 묘를 이장하며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담은 영화다. 초반은 박씨 집안 조상의 기이한 묘와 이장 이후 잇달아 벌어지는 이상한 심령현상에 대한 이야기다. 

조상 묘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와 ‘험한 것’이 드러난 영화 후반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분투가 그려진다. 이처럼 기이한 현상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발하던 영화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앞선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 노출되며 영화의 호흡이 돌연 끊어진다.

장재현 감독은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의도된 것으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는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흐름이 끊어진 이야기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시나리오 단계부터 호불호가 갈렸으며, 개봉 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 시사회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장 감독은 굴하지 않고 본인의 의도를 관철해 영화를 완성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성공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영화가 아니기에 더욱 관객의 호불호를 자극하고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었다. 창작자로서의 굳은 신념이 작품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장 감독처럼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능력은 창작자에게 필수다. 대중의 취향과 호불호를 신경 쓰다가는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불호까지도 감수하고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기세를 가져야만 좋은 창작자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독특하고 낯선 작품이라도 누군가는 이를 선호한다. 인간은 다양하고 모두의 취향 또한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창작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모든 인간관계에서 호감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투자자와 시사회 관객들의 부정적 의견에도 이야기 구조를 끊어버린 채 ‘파묘’를 공개한 장 감독처럼, 인간관계에서도 누군가의 부정적 의견에 굴하지 않고 본인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줄 배짱이 필요하다. 비록 누군가에겐 비호감을 살지라도 꾸미지 않은 실제의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으며 말이다.

심리 전문가 김혜령은 본인의 저서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난이 두려워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기꺼이 이상한 사람으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괜찮고 멀쩡한 사람인지 타인에게 해명할 게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잘 구축해서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을 때 타인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만든 작품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져야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그래야만 이도 저도 아닌 존재에서 벗어나 고유의 향과 색을 가진 ‘진짜’로서 타인에게 인식될 수 있다. 

필자는 ‘파묘’를 매우 재미있게 관람했다. 영화 중반에 호흡이 끊기며 이야기가 반전되는 부분마저 흥미로웠다. 영화 후반이 실망스러웠다는 지인의 말에도 감상이 바뀌지 않았다. 

결국 모두가 재밌어하는 영화보다 본인에게 인상 깊게 다가오는 영화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모두와 잘 지내는 사람은 실존하기조차 어려우니 본인에게 잘 맞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의 평가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할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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