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 후 봉군 피해를 입은 인천시 강화군 양봉농가가 빈 벌통을 쌓아 놨다. <독자 제공>

최근 인천지역 양봉산업이 위기에 맞았다. 봉군(벌통)에서 겨울철을 보낸 꿀벌이 활동할 시기지만 집단 폐사하거나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해서다.

28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역 양봉농가 92곳의 1만3천46개 봉군 중 77%인 1만136개 봉군이 월동 후 피해를 입었다. 벌통 10개 중 8개 가까운 벌통이 피해를 본 셈이다. 일반적으로 봉군 한 통에는 4만∼5만 마리의 꿀벌이 활동하므로, 4억∼5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폐사하거나 사라진 것이다.

2022년에도 지역 양봉농가 62곳에서 소유한 1만832개 봉군 중 58.4%에 해당하는 6천324개 봉군이 월동 후 피해를 봤다.

지역 양봉농가들은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 현상이 월동 후 봉군 피해를 일으키는 주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지고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봉군을 떠나 활동하려던 꿀벌들이 동사하는 등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한 양봉농가 관계자는 "이상고온 현상이 월동 후 봉군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인 듯하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응애(기생충) 방역도 철저히 하지만, 피해 규모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동구를 제외한 9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양봉기자재 구입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월동 후 봉군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양봉협회 관계자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한 월동 후 봉군 피해가 늘어 양봉산업은 물론이고 과일·채소 농사도 악영향을 받는다"며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나서 양봉농가의 봉군 피해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우제성 기자 godo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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