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후문 근처 한 이면도로에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여 사고가 우려된다.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후문 근처 한 이면도로에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여 사고가 우려된다.

28일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이면도로.

차량 교행이 가능한 이 도로 양편은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가득했다.

마침 나타난 보행자들이 차량이 오가는 도로 중앙으로 걸었다. 차량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도로의 가장자리는 이미 승용차가 차지해 접근이 어려워서다.

이들은 차량이 등장하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급기야 뒤에서 연신 경적을 울려대며 빠르게 접근하는 차량에 보행자들은 놀라 급히 주차된 차량 사이로 몸을 피했다.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지나쳐갔다.

다른 지역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인하대 후문 인근 빌라들이 밀집한 용현동의 한 이면도로 역시 보행자와 차량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차량들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잠시 멈추기보다는 이리저리 곡예운전하듯 간신히 지나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차량운전자들이 보행자 안전을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관련 법령 개정안이 2년 전 시행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2년 4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서 모든 운전자가 보행자 옆을 지날 때에는 안전한 거리를 두고 서행하고,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경우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한다. 정작 현장은 해당 법률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법률개정안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면서 보행자 교통사고건수는 법률 시행 전보다 외려 증가했다.

법률을 시행하기 전인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21년 한 해 동안 1천481건이었지만 시행 후인 2022년은 1천548건으로 외려 늘었고, 부상자도 1천503명에서 1천578명으로 다소 증가했다. 사망자 수는 42명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률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모호한 법률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이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이면도로를 지날 때 보행자가 있을 경우 서행하거나 정지하라고 하는데, 어떤 상황에서 정지해야 하는지, 또 서행이라는 의미는 속도가 얼마인지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며 "법률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해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당 법률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아 홍보활동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대해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개정 법률안에 대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홍보를 확대해 해당 법률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인희 기자 kyh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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