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이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 원인 중 하나도 요동치는 물가였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3.9%), 영국(4.8%), 유럽연합(3.5%),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6.4%)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IMF는 석유매장량 최대국인 베네수엘라가 올해 200%,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가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인플레이션 표준편차와 변동성은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인플레이션 동인과 경기 흐름이 상호 다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다. 공급 부족, 초과 수요, 일부 저생산성 부문의 물가 상승이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그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린 건 농산물 가격 급등이다. 경제 전체로는 초과 수요나 공급 부족이 없지만, 농축산업 부문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하며 민생고로 이어졌다. 통화정책 전환보다 개별 품목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집중해야 할 건 두 가지다. 농축수산물은 생산성과 유통구조가 비효율적인 대표 산업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이 없는 한 근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생산성 개선, 노동 구인난 해소, 유통구조 근대화, 원활한 물자 수급을 위한 비축제도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양곡과 채소, 육류, 생선뿐만 아니라 서비스요금, 공공요금, 생활필수품 가격도 서민 삶에 즉각적이고 심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대외의존적 산업구조 개편, 국가 에너지효율 극대화 등 치밀한 정책 설계와 물가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른 하나는 피해구제책이다. 물가 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층과 빈곤층의 민생고 해결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가 밝힌 정부의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 무제한·무기한 투입은 재정 효과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핀셋 지원이 재정 낭비를 막고 긴축 효과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농산물 바우처’ 제도처럼 취약계층의 사회 보장을 확충하는 방식이 좋은 예다. 이제 선거도 끝났다. 포퓰리즘 공약보다는 미래를 지키면서 경제난과 민생고를 개선하는 정공법에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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