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는지난 11일 시흥의 한 카페에서 4·16 참사 희생자 故 김동혁 군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났다.
기호일보는지난 11일 시흥의 한 카페에서 4·16 참사 희생자 故 김동혁 군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났다.

"사랑하는 동혁아. 이제 아빠 운동 다시 시작할게."

4·16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당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김동혁 군의 아버지 김영래(53·왼쪽)씨를 시흥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씨는 남겨진 가족들과 함께 건강한 삶을 약속하며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아들 동혁이에게 그동안 그만뒀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4월 16일. 김 씨는 허망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에는 답답했습니다. 그날 밤 바로 어선을 타고 세월호 주변으로 향했지만 정부가 주장했던 ‘지상 최대의 구조 작전’은 진행되지 않았고, 그렇게 사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동혁이는 제 품에 돌아왔습니다. 처음에 동혁이가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제가 추억인데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오히려 설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혁이가 사고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아빠, 김영래 씨’를 불렀던 만큼 저도 당연히 제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동혁이를 기억할 것입니다."

특별한 취미도 없이 그저 운동을 좋아했던 김 씨는 그날 이후 운동을 최대한 자제했다. ‘굳이 건강을 관리해 동혁이를 늦게 볼 필요가 있느냐’는 의미에서였다. 매년 진행되는 추모행사 역시 아픈 기억을 되살릴 뿐이었다. 김 씨는 자신들과 아무 연관도 없는 이들이 추모행사를 진행하며 슬픈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미안한 감정마저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김 씨 가족은 평범한 삶을 위한 걸음을 내디뎠다. 동혁 군의 동생 예원(25)씨는 김 씨의 결사반대에도 세월호 참사 2년 뒤 단원고에 진학했다. 어쩌면 오빠를 기억하고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을까 하는 게 김 씨의 생각이다.

동혁 군 어머니 김성실(59)씨도 딸과 함께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며 일상을 전하는 등 외부와 적극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 카페 운영을 시작하며 일상을 되찾고 참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갔다. 이제 마지막으로 김 씨 차례가 왔다.

"언젠가 아내가 ‘동혁이가 술 마시고 폐인이 된 아빠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더군요. 동혁이는 제가 잘 살기를 바랄 것이 분명했고, 그때부터 조금씩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현재 416합창단 활동으로 유가족들을 만나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있다. 올해도 10주기를 맞아 공연을 한다. 아내 성실 씨의 카페 관리도 돕기 시작했다. 김 씨는 카페를 세월호 기억 공간으로 운영하는 구상을 하는 등 매일 ‘노력하는 삶’을 산다.

이제 김 씨의 버킷리스트는 오랜 세월이 지나 자신이 퇴직한 뒤 동혁 군의 사진과 함께 스페인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을 찾는 것이다. 동혁 군이 축구를 좋아했던 만큼, 동혁 군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게 그는 동혁 군을 기억하면서 즐겁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

"지금 동혁이가 저에게 할 말을 예상한다면 ‘저는 걱정하지 말고 잘 살고 오세요’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럼 저는 ‘네 동생과 엄마랑 같이 즐겁게 살다가 너한테 갈게’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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